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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기적의 도서관

싯다르타

이렇게 오랫동안 정원 입구에 서 있은 후 싯다르타는 깨닫게 되었다.

자신을 이 장소까지 몰고 온 그 갈망은 어리석은 것이었음을.

자기로서는 아들을 도와줄 수 없으며, 아들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그는 마음속 깊이, 하나의 상처처럼 도망친 아들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상처는 자신을 아프게 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며,

상처가 꽃이 되어 찬연하게 빛나게 될 것임을 느꼈다.

"모든 진리는 그 반면(反面)도 똑같이 진리라는 것일세!

따라서 진리는 그것이 단면적일 때에만 발음이 되어 나오고 언어로 쌀 수 있네

사색할 수 있고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것은 단면적인 것이요, 반쪽이요,

전체가 못 되고 원(圓)이 못 되고 단일의 것이 못 되네, 그러니까 지존 고타마께서

세계에 대하여 가르치실 때에, 세계를 윤회와 열반, 미망(迷妄)과 진실, 번뇌와

해탈로 나눌 수 밖에 없었던 걸세. 달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네.

가르치고자 하려면 다른 방도가 없네. 그렇지만 세계 자체는, 우리를 에워싸고 있고

우리 마음속에 있는 존재자는, 결코 일면적이 아니지.

어느 인간이나 어느 행위가 완전히 윤회이거나 완전히 열반일 수는 없다네.

어느 인간이나 완전히 성자이거나 완전히 죄인일 수는 없지. 그것이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시간이란 실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망에 빠져 있는 까닭이네.

시간이란 실재하는 것이 아닐세, 고빈다.

나는 그것을 문득 체험했지. 이렇게 시간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세계와 영원

사이의, 번뇌와 행복 사이의, 악과 선 사이의 틈도 미망일 것일세."

"어째서 그런가?"

고빈다는 불안스럽게 물었다.

"들어보게, 사랑하는 친구여, 잘 들어보게나! 나나 자네 같은 죄인은 지금은

죄인이지만, 언젠가는 다시금 범(梵)이 될 것이며 언젠가는 열반에 이를 것이고

붓다가 될 것이네- 그런데 보게.

이 '언젠가는'이란 것이 미망이요, 한낱 비유에 지나지 않는 걸세.

죄인은 부처가 되는 도중에 있는 것이 아닐쎄. 우리의 사고(思考)로는 사물을

달리 표상할 수 없겠지만 죄인은 발전해가는 도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네.

아니, 죄인 속에, 지금 오늘 이미 미래의 부처가 있는 것일세. 죄인의 미래는 이미

모두 죄인 안에 있는 것이지. 그러니 자네는 죄인 속에서, 자네 속에서, 모든 사람들

속에서, 형성되어가고 있는, 가능한 숨은 부처를 존경하여야 할 것이네. 친구 고빈다여, 세계는 불완전한 것이 아니네, 그렇다고 완전한 것으로 서서히 향해가는 도중에

있는 것도 아니라네.

아니, 세계는 순간마다 완전한 것이지. 모든 죄는 이미 그 안에 은총을 품고 있네.

모든 어린애 속에는 이미 백발 노인이, 모든 젖먹이 속에는 이미 죽음이, 모든

죽어가는 존재 속에는 이미 영생이 깃들어 있지.

남을 보고 남이 자신의 길을 얼마나 걸와왔는가를 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가능한 일이네. 도적이나 노름꾼 속에도 부처가 있고 브라만 속에도 도적이 도사리고 있는

법이네!. 시간을 지양하고, 모든 있었던 생, 있는 생, 있을 생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가능성은 깊은 명상 속에 있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은 선이며, 모든 것은 완전하고, 모든 것은 범(梵)이라네.

그렇기 때문에 내게는 모름지기 존재하는 것은 선으로 보이며, 죽음은 삶으로,

죄악은 성스러운 것으로, 지혜로움은 어리석음으로 보이네.

모든 것은 그래야만 하며 모든 것은 다만 나의 동의(同意), 나의 호의, 나의 다정한

이해를 요구할 뿐이지. 그러니 내게 모든 것은 선이며, 그것은 나를 고무시켜주되

나를 해하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네. 나는 나의 육체와 나의 영혼으로 이런 체험을

했다네. 즉 나는 죄악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쾌락과 물질적인 탐욕, 허영을 필요로 했고, 가장 타기할 자포자기까지도 필

요로 했네.

반항하기를 포기하는 것을 배우기 위하여, 세계를 사랑하는 것을 배우기 위하여,

현실의 세계를 내가 희망하고 내가 상상해낸 어떤 세계, 나에 의해 고안된 완전한

유의 세계와 동렬(同列)에 놓지 않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며 기꺼이

그 세계에 속하기 위하여 말일세. 오오, 고빈다.

이것이 내가 도달한 사상의 몇 가지일세."

지은이 : 헤르만 헤세

읽게된 동기 : 헤르만 헤세가 독일사람(정확히 말하면 유럽사람)으로 알고 있던 내게

싯다르타라는 책을 썼다는 사실부터가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어머니의 고향 인도를 방문하고 저작활동이 외형적인 사건보다는

점차 내면적인 의식의 발전으로 구현되었다는 글쓴이의 이야기처럼

나또한 나의 내면을 찾아 가는 중에 있는 아니 이미 내안의 나를 찾았

는데도 찾고 있는 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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