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살이와 부헝은나와 함께 자연의 끊임없는 기적을 느끼는 것 같았다.
목욕탕의 샤워처럼 바위에서 바위로 떨어지는 계곡 물은 나의 혈관에서처럼
그들의 혈관에서도 약동하였고, 또 그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구름과 나무들을
머리에 이고 살았다. 즐거움, 기쁨 그리고 배짱 등 그들의 가슴에는 없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연례 행사인 제사 때에는 집집마다 소, 돼지 또는 개를 잡아서 먼저 유령들에게
바친 다음 유령들이 남긴 것을 먹었다.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먹는데, 그 고기는
매우 맛이 좋은 것으로 여겨졌다. 내 생각으로는, 개고기를 먹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개는 매우 영리하고 충성스럽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쇠백장이 제때에 일러주기만 했어도 나는 내가 기르던 소의 등심고기도
먹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기르던 개를 잡아먹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른 집에서는 그랬을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그런 일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해에 우리 가족은 돈 때문에 쩔쩔맸고 식량이 크게 부족하였다.
장마 직전에는 나의 탕자 숙부가 또 집에서 뛰쳐나갔다.
나의 부친은 어린 신부를 생각해서, 그를 쫓아가 어떻게든 달래어 집에 데려오겠다고
맹세했다. 나의 부친은 그의 탕자 아우에 대해서 몹시 화를 내고 있었다.
작은숙모는 처음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살게 되었을 때에는 키가 아주 작고 보통 체격이었는데,
얼마쯤 지나자 갑자기 뚱뚱해졌다.
그 끝에 섣달 그믐께쯤 해서 그녀는 미역국을 먹게 되었다.
매자가 절을 하고 나가자 "청파야"하고 나의 당숙이 엄숙하게 불렀다.
"네게 해줄 이야기가 있다. 여자란 매우 위험한 존재란다. 산에서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는 호랑이를 만나면 총을 쏘거나 우리의 예스런 시로써 그 야생동물을
달랠 수가 있지만, 선비가 여자의 위협에 맞서 쓸 수 있는 무기는 아무것도 없지.
영웅도 항상 경계하지 않으면 저도 모르게 여자에게 매혹되고, 여자에게 잘못
빠진 사람은 일생을 망쳐버리기 십상이란다"
운명이 사과 한 개에 달렸는데 아담의 아내가 결국 망쳐놓고 말았다는<창세기>의
내용을 그가 알았다면, 더욱 확신을 가지 않았을까?
나는 당숙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으나, 그날 아침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무릎까지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린 채 대야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작은 키의 그 우아한
모습은 나에게 전혀 위험한 호랑이로 보이지 않았다.
지은이: 강용흘(재미교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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